양민석

끝은 시작의 운명적 결과물이다. 어떤 결과는 그와 상응하는 원인의 발현과 동시에 탄생한다, 마치 하나인 것 마냥. 탄생과 죽음이 그렇고, 실재와 허구,  존재와 부재, 양과 음 또한 그렇다.

 

거의 모든 것들은 무한한 인과관계 사이에 끼여 애매모호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 세상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에 의해 돌아간다. 지금의 나는 죽어가는 과정인 동시에 또한 살아있는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이다. 이처럼 중첩의 상태에 있는 나는 매우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양쪽의 특성을 어느 정도 공유 있어 유연하고 평온한 상태이기도 하다.

 

거대한 양극의 무언가에 끼어 이음새 역할을 하는 나는 언제나 불안하기도 하고 안정적이기도 하다. 나는 나처럼 사이에 끼어 있는 애매한 존재들을 캔버스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모호하게 끼워 넣었다. 각각의 시각적 신호들은 무질서하고 다의적이며 불친절하여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되어 싸운다. 이 전쟁에서의 피해자는 관객들이며, 모두가 피해망상에 사로잡혔으면 한다. 사이에 끼어 경계에 위태로이 자리 잡은 모든 이들이 이렇게라도 유대감을 갖는다면 좋지 않겠는가.

 

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올해의 끝은 내년의 시작이다. 끝은 곧 시작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시작은 설레어 떨리고 끝은 두려워 떨린다. 어쨌건 떨린 건 마찬가지다.